핵심 답변
모텔 계단을 혼자 걸어 올라갔다는 사정만으로 심신상실이 아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술을 많이 마신 상대방과 숙소에 갔다가 준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피의자는 “멀쩡히 걸어가고 대화도 했으니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법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준강제추행이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추행하면 준강제추행으로 강제추행과 같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형법 제299조, 제298조). 심신상실은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 항거불능은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깊이 잠들었거나 술에 취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경우는 물론,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없었다면 여기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사건 — 모텔 계단을 걸어 올라갔지만
18세 피해자가 지인과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신 뒤 노래방 화장실에서 구토하고, 일행에게 돌아가지 않은 채 주변을 배회하다 처음 본 남성과 모텔에 갔습니다. 남성은 잠든 피해자의 몸을 만졌고,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1심은 유죄였지만 2심은 피해자가 부축 없이 모텔 계단을 걸어 올라간 CCTV 영상 등을 근거로 심신상실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블랙아웃과 패싱아웃
대법원은 알코올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구별했습니다. 블랙아웃은 기억을 형성하는 기능이 손상되어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이고, 패싱아웃은 술에 취해 잠드는 등 의식을 잃은 상태입니다. 패싱아웃이었다면 심신상실이 인정되고,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알코올 때문에 의사를 형성하거나 저항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판단할 때는 음주량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CCTV나 목격자로 확인되는 당시 상태, 두 사람의 관계와 만난 경위, 장소와 방식, 사건 후 반응 등을 함께 봅니다. 객관적 정황상 비정상적인 상태가 의심되는데도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단순한 블랙아웃이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숙소까지 함께 갔어도
숙소에 함께 가는 데 동의했더라도 그것이 모든 신체 접촉에 대한 동의는 아닙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잠들 정도였다면, 그 상태를 알 수 있었던 사람이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은 준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알고 이를 이용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익산에서 이런 사건을 겪는다면
혐의를 받는 쪽이라면 상대방의 당시 상태를 보여 줄 수 있는 CCTV, 대화, 결제 내역을 빨리 확보하고, “나도 취해서 기억이 없다”처럼 상대방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읽힐 수 있는 진술은 신중해야 합니다. 피해자라면 음주량과 시간, 당시 상태를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세요. 익산 사건은 대개 익산경찰서에서 조사하며, 성범죄는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보더라도 공소청에 송치됩니다. 준강제추행의 조사 대응은 준강제추행 칼럼, 강제추행 무혐의 기준은 강제추행 칼럼에서 다뤘습니다.